길을 묻다

2010. 2. 23. 15:14인간의 자세

 

 

 

 

A는 지방에 살다 서울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 길을 거의 모릅니다.
A는 지금 동대문에 있고 광화문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행인 B에게 길을 묻습니다.

A - "죄송합니다만……. 저  광화문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B - "광화문이요?"
A - "예"
B - "이 길이 종로인데, 이 큰 길로 쭉 가면 됩니다. 쭉 가다 보면 오른쪽에 보입니다."
A - "아예……. 감사합니다."

A는 B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고, B도 제갈 길을 간다.


동대문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은 많습니다. 아시다시피 종로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여러 길이 있으며, 다시 길들과 이어지는 작은 길, 그리고 골목길도 많지요.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길을 경우의 수로 계산하면 아마도 수백, 수천 가지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B는 그 길들을 아주 잘 알기에, 쉽고 빠른 길을 알려준 것인데,
만약, 묻는 이 A가 어린아이라면 그가 알기 쉽게 설명하였을 것이고,
A가 외국인이었다면 알고 있는 외국어로,
혹 외국어가 안되면 몸짓으로 알려주었을 것입니다.  

B는 길을 안다고, 그 길을 알려주었다 해서 우쭐해 하지도 않는데,
길을 몰라서 묻는 일은 누구에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A도 B를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아무 의심도 없이 그냥 그의 말을 '믿고'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갑니다.



깨달음으로 가는 길도 이와 같습니다.

그 길을 묻고 알려주는 것에 대해

만약, 그 길을 잘 안다면,
길을 안다고 또는 그 길을 알려 준다고 우쭐해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길을 가는 방법을 설명하는데,
너무 복잡하거나 난해하다면,

그도 그 길을 모르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거나,
그 길 위에 있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그 길을
모르면 묻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고,
'믿고' 가면 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알려주는 이는 - '묻는 이가 이해할 수 있게'
묻는 이는 -  그것을 알려주는 이를 '믿는다.'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깨달음의 길을 알려주신 분들의 말과 글이 아주 많습니다.
문제는 항상 나에게 있는데…….
문제는 '그분을 또는 그분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온전히 믿느냐?' 입니다.

믿고 안 믿는것 또한 자유 선택입니다.
그것에 좋고 나쁨은 없습니다.

다만, 그 길을 알고 싶어 묻는다면, 알려주는 이를 '믿는다.'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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